"독수리들 움직임은 어때?"

"독수리들? 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까마귀네 엄마가 절찬 폭주 중."

"하아? 상쾌군이?"

"상쾌군은 개뿔... 요즘 완전히 피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고."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깜짝 놀라며 기겁을 했다.

"상쾌군은 간부진 중에 가장 전투력 낮잖아?"

"그러니까. 코트에 파견되고 처음 보는 광경이다. 뭐, 그녀석 외에도, 까마귀들이 다 난리가 났지."

"대략적으로 간추려봐."

"상쾌군은 말한대로 사방팔방 학살을 벌이는 중이고, 맞아, 시라부 켄지로, 죽었어."

"뭐...? 누가...?"

"카게야마."

오이카와는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워했다.

"토비오가?"

"쿠니미가 눈 앞에서 봤다는데, 와서 한시간을 토하더라."

"뭐? 왜?"

"시체를 완전히 걸레짝으로 만들었던데... 난도질해서, 거의 형태를 잃은 정도야."

"그 쿠니미가 동요할 정도로 날뛰었으면, 말 다했지... 물렁한 줄만 알았더니, 선셋 레이븐... 장난 아니네."

"가끔 마주치는데, 마주치는 놈들마다 눈이 맛이 가있어서, 깜짝깜짝 놀란다고."

이와이즈미가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치비쨩은 뭘 하고 있으려나... 똑똑한 아이니 잘 하리라고 믿지만..."

"스가와라 코우시가 고시키 츠토무를 습격한데다가, 카게야마가 시라부 켄지로를 죽여버려서, 도미넌트 이글도 완전하 경계 태세야."

"그거, 안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고시키 츠토무 건은 어떻게 된 거야?"

"말 그대로야. 스가와라 코우시랑, 아즈마네 아사히 둘이서 도미넌트 이글의 전속 병원을 털어서, 우시와카 동생을 조진거지."

"위치를 어떻게 알았데? 그 동생, 엄청 보안 철저하잖아."

"분명 고양이들이 도와줬겠지. 거기 의료진, 하나도 안남기고 다 죽었어. 고시키 츠토무도 완전 반 시체를 만들어 놨다는데."

"상쾌군, 완전 빡돌았네."

"최근 몇년 선셋 레이븐이 얌전하긴 했지만, 걔네가 어떤 전쟁 끝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잊고 있었어."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확실히, 세대 교체로 인한 전쟁은 엄청 났지. 거의 네사람이서 경쟁 세력을 쓸어버렸으니까."

"그래. 그래서 지금 빡돈 까마귀들 때문에 도시 분위기 장난 아니야. 완전 살벌하고, 얼음장 상태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하아... 그래, 일단 난 계속 거래를 조사할게. 이와쨩, 뭔가 일어나면 또 알려주고."

"알았어. 아, 또 하나, 우시와카의 저택을 찾았어."

"저택을 찾았다는 건...?"

"꼬맹이의 위치를 찾았다는 거지. 아마 까마귀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벌써 진을 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나도 위치는 알려줘. 한번 살펴봐야 할 수도 있으니까."

"어어, 그래. 아무래도 상관 없기는 한데, 죽지는 마라? 나보다 먼저 죽으면 내 손에 다시 죽는다."

"이와쨩, 너무해!"

"니놈, 점점 몰골 장난 아니라고."

"걱정 마. 우시와카 죽이기 전에는, 죽고 싶어도 못죽으니까."

..........

히나타는 창문에 삐뚤한 꽃을 그렸다.

우시지마는 그것을 생각없이 바라보았다.

검은 매직으로 성의없이 그려진 것 처럼 보이는 그 꽃은, 니시노야의 눈이었다.

수호신의 시야를 확보해주는, 저격을 위한 표식.

우시지마가 자주 지나는 곳마다 히나타는 창문에 꽃을 그렸다.

가족들이 모이고 있는 것을, 히나타는 알 수 있었다.

곧 모든 것이 끝날 날이 올 것이다.

히나타는 자유롭게 저택을 거닐며 그날의 준비를 했다.

"코우."

히나타가 고개를 돌리자, 쭈볏거리며 서 있는 고시키가 있었다.

"왜, 츠토무?"

발그레한 양 빰이 그가 아직 소년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형님께선 지금 안계시니까... 이 앞에는, 잠깐 산책햐도 괜찮지 않을까?"

히나타는 제게 단단히 홀린 소년에게 미소를 지었다.

어리석기도 해라.

스스로의 목을, 그리고 제 형님의 목을 조르는 것도 모르고.

장밋빛의 두 뺨은 구역질 날 정도로 사랑스러워 히나타는 목이 메었다.

히나타는 저보다 커다랗지만, 부드럽고 고운 고시키의 손을 깍지를 끼며 잡았다.

쿵쿵 떨리는 박동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단 한번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두사람은 어떤 얼굴을 할지 너무나 기대가 되어 마음이 설렐 정도였다.

"츠토무, 진짜로 좋아해."

경련하는 입꼬리는, 어째서 아무도 눈치를 못치는지.

죽어, 죽어버려.

..........

히나타는 지금 자신이 머무는 저택 외에 도미넌트 이글 소유의 저택이 어디 어디에 있는지 고시키에게 캐물었다.

사랑에 빠진 소년은 입이 가벼웠다.

어쩌려고 그러는지, 히나타는 웃음이 터질까 조마조마했다.

거울을 반사시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뻔하고 오래된 수법이지만 확실한 수단이다.

우시지마는 요즘 계속되는 도발과 공격으로 바빠 자주 집을 비웠다.

히나타는 더욱 자유로워졌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히나타가 거울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놀고 있다고 생각했을 뿐.

도미넌트 이글의 여러 도피처, 우시지마의 경로, 많은 정보들이 오갔다.

얼마 되지 않아서, 츠키시마는 도미넌트 이글의 모든 건물 주변에 카메라와, 사람들을 심어놓을 수 있었다.

점점 대담해져서, 히나타는 저택 내의 컴퓨터에 야마구치가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레이븐의 파수꾼은 이때다 하고 제 실력을 뽐냈다.

해킹 당할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을테니, 방어벽은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사실상 저택 내의 감시 카메라는 선셋 레이븐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카메라 너머로 우시지마의 품에 안긴 히나타를 본 스가와라는, 더욱 심기가 틀어졌다.

이제 까마귀들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죽이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었다.

도망쳐봐야, 차라리 완전히 끊어내는 편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보안이 줄줄 새는 것도 모르고, 태양에 홀린 이들은 멍청히 사랑 놀음에 홀려있었다.

방긋방긋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

머리속이 완전히 꽃밭이네.

히나타는 비웃으며 한결같이 웃음을 팔았다.

히나타는 고시키의 수면제를 한알 훔쳐 우시지마의 물에 넣었다.

우시지마는 긴 정사 후에 언제나 물을 잔뜩 들이켰다.

히나타는 이제 그를 너무도 잘 알았다.

그 후는, 너무도 쉬웠다.

우시지마가 잠든 후, 히나타는 방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나중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는 변명을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한 히나타는 경비를 돌고 있는 조직원 하나를 안쪽으로 불러들였다.

"코우님, 무슨 일..."

야마구치의 해킹으로 CCTV는 전날의 영상을 재생하고 있었고, 하나타가 할 일은, 뭣 모르는 신참 독수리를 죽인 후 가슴팍에 크게 선셋 레이븐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목을 긋자 붉은 피가 솓구쳤다.

가슴팍에 한글자, 한글자, 그리운 이름을 새겨넣었다.

부엌을 엉망으로 어지른 히나타는 스스로 옷을 찟고 머리를 헝클었다.

숨겨놓은 거울 조각으로 스스로를 베고, 몸 여기저기에 할퀸 듯한 자국을 만들었다.

히나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작렬하는 저격수들의 공격으로, 저택의 유리창들이 죄다 깨져나갔다.

창문에 그려진 꽃들마다, 총알에 부숴져 산산조각이 났다.

소란에 달려나온 도미넌트 이글의 조직원들에겐, 알 수 없는 괴한의 습격을 받고 납치될 뻔 했다고 불쌍한 척을 하며 엉엉 울기만 하면 되었다.

선셋 레이븐이 뭔지도 모르는 것으로 되어있는 히나타이니, 선셋 레이븐이란 글자가 새겨진 채 죽어있는 조직원은 당연히 괴한의 습격에 죽은 것으로 되었다.

저격용 총알이 창문를 뚫고 들어왔으니, 독수리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적들에게 노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택이 저격의 대상이 되었고, 직접 침입해 조직원을 죽이고 히나타를 납치하려 했다는 것에, 독수리들은 보금자리의 교체를 준비한다.

노린 것은 그것.

독수리 둥지의 이삿날을 노린다.

가장 경계가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고시키가 어떤 저택들이 어디에 있는지 죄다 일러줬으니, 어디로 갈지는 뻔한 것이었다.

까마귀들은 그저, 먼저 가서 기다리며 독수리들을 맞이할 준비만 하면 되었다.

새 보금자리를 먼저 장악한 까마귀들에게, 죽으면 되는 것이다.

히나타는 그저 언제나의 미소를 지으며, 우시지마의 품에 안겨 있었다.

히나타가 자신을 되찾으러 온 선셋 레이븐의 조직원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항하다 다친 것으로 알고있는 우시지마는 그를 더 싸고 돌았다.

질투에 찬 어린 소년은, 고시키는 점점 더 경솔해졌다.

이제 고시카와 우시지마의 사이에는 언제나 꺼림칙한 공기가 감돌았다.

드디어, 새로운 저택으로 이동하기로한 날, 히나타는 우시지마와 고시키 사이에 순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차 안에는, 같이 타겠다 박박 우긴 고시키 때문에 호위는 겨우 텐도 하나 뿐이었다.

곧 죽을지도 모르고, 자동차는 시원스레 시동이 걸리며 매끈하게 출발했다.

너무도 즐거워, 하나타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너무 쉬워서, 코웃음을 치며.

자, 슬슬 작별의 시간이야.

..........

어쩐지 오이카와는 우시와카네 이삿짐 속에 숨어있었다.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장롱 속에서 멀미를 하면서, 오이카와는 권총의 탄창을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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